입춘, 봄을 세우다?

2021. 2. 1. 11:03calico의 이야기/이런 저런 이야기

2월 3일 수요일 입춘.

이제 곧 입춘입니다. 한파에 오들오들 떨던 지난 겨울도 잘 지나가고 있고, 집 안팎의 나무, 화초, 고양이도 겨울을 잘 났습니다. 

입춘은 봄의 시작일 뿐 아직 춥습니다. 

봄이라기보다 아직 겨울입니다. 그래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었다는 말로 꽃샘추위를 기꺼이 감당해 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1년 12개월, 24절기. 

여기서 한 절기를 다시 세 부분으로 나눈다고 합니다. 초후, 이후, 삼후. 그래서 1년은 72절후(節候)로 구성되는 것이지요. 

ㅎㅎ 이것이 자연 조건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도시 생활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으나, 

농수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나, 섬에 사는 분들, 또는 (특히 서해안에서)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자연의 리듬입니다. 

 

아무튼 올해부터 생활문화공간 아토(ATO)에서는 절기를 배우며 함께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김동철, 송혜경이 지은 [절기서당 - 몸과 우주의 리듬 24절기 이야기](북드라망, 2013)이라는 책을 읽으며 말입니다.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봄에 들어선다'는 표현이 자연스럽지, '봄을 세우다'는 낯설고 어색한 표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봄에 들어선다' ... 이는 시공간과 존재를 분리하는 습관에서 나온 것이다. 주체가 시공간에 대해 개입할 틈이 전혀 없다.

봄이 이미 완성된 채로 나에게 오고, 나와는 무관한 채로 나를 떠난다.

 

반면 '봄을 세우다'란 표현은 바람, 벌레와 물고기, 그리고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함께 봄을 만들어 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존재의 움직임 자체가 봄을 창조하는 행위이므로, 봄이라는 시공간과 존재 사이에 틈이 없다." 

 

(17~18쪽. 인용자가 원문을 줄이고 붙였습니다.)

 

 

입춘이 '入春'이 아니라 '立春'인 이유를 이렇게 해석을 하네요.  

 

아무튼... 지난 주말에는 입춘을 기다리며 '입춘첩'을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주에 아토에 스피커와 앰프를 장만했습니다. 당근마켓을 통해 구매를 했는데요, 마침 만수동에 '옵지스토리'라는 곳에서 좋은 제품이 나와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사려고 했다는데요, 운이 좋게도 제가 당첨!이 되었습니다. ^^ 그 인연으로 옵지스토리 사장님을 알게 되었구요, 이렇게 입춘첩을 함께 써보는 행운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옵지스토리: www.daangn.com/wv/smbs/29861

 

입춘첩은 복을 기원하는 문구인데요 가장 대표적인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을 써 보았습니다. 

저희는 정말 거의 처음으로 붓을 들어 본 사람들이고 ㅎㅎ 옵지스토리 대표님은 자주 붓글씨를 쓰셔서 그런지 멋진 필체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집어락'이라는 글자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집어'는 낚시할 때에 조사(釣師, 낚시인)가 자기 앞쪽으로 물고기를 끌어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낚시라는 말이 별로 좋지 않은 쪽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낚시는 동서고금에 매우 소중한 문화입니다. ^^ 

아무튼 대표님의 사연과 마음이 담긴 '집어락'이라는 세 글자. 우리 아토에서 오래오래 새기려 합니다. 

 

 

저희가 절기를 '느끼며' 그리고 '즐기며' 살아볼 생각을 한 것은... 여러 계기가 있었습니다. 

제일 처음은 10년 전에 '인천에서 살기'라는 결심을 한 때였습니다. 지역의 특성과 매력을 알고 누릴 수 있다면, 모두가 서울 시민이 되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인천의 특성은 항구도시라는 것이고, 그것도 개항장이라는 정체성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 계기는 섬여행과 낚시 입니다. ㅎㅎ 인천에 가까운 섬들을 다니면서 그 매력에 푹 빠졌고, 또 바다낚시를 시작하면서 '물때'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물때의 원리가 24절기와 같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천의 바다와 섬의 해변이 얼마나 많이 오염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심각합니다. ㅠㅠ 그래서 더욱 '친환경'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세 번째 계기는 마을만들기입니다. 절기를 즐기는 문화라는게... 가족이나 마을 등의 공동체 문화와 관계가 깊습니다. 하여 우리 지방 도시들과 구도심에 활력을 만드는 마을만들기에 절기 문화는 남녀노소가 함께 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우리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공모전' 준비를 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 성과를 이어서 옆 동네 분들과 함께 2021년 인천시 마을공동체 사업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모, 지원 결정 여부와 상관 없이, 함께 하는 분들과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 하려 하구요, 그로 인해서 올해는 마을살이가 더욱 풍성하고 더욱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